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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마취과 2012/11/09 20:54

제왕절개 시간 잡으려는 전국의 산모들에게 고함!!



안녕하세요? 꿈을 만드는 곳, 몽공장을 운영하는 몽공장장입니다.

제 소개를 먼저드리자면 모 대학병원에서 수련중인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곧 출산을 앞둔 산모님들일 가능성이 많겠지요.

그리고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할 계획이시구요.

게다가 제왕절개 시간을 정해 원하는 출생시간에 아이가 태어나길 원하실거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발 그러지 좀 마세요!!!

아래는 네이버에 '제왕절개 시간'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본 모습입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께서 제왕절개 시간에 대한 글을 남겨주고 계시는군요.

카페를 중심으로 철학관에서 시간 받는 방법, 철학관에서 받은 시간 병원에서 지키는 방법 등등...

그리고 지식인에도 관련글이 넘쳐 흐르는군요.

실제로 병원에 근무해보면 거의 절반의 산모는 원하는 시간을 잡아오더군요.

철학관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시간을 잡아주는지 시간도 참 다양하더군요.

2시간 내에 잡아오는 사람도 있고, 30분이라는 어이없는 짧은 시간을 잡아오는 사람도 있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뭐든 다 해주고 싶고 아이가 잘 되도록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제발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과학적 근거없는 사주라는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수술이라는 인위적인 방법을 통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하는 그 행동 때문에 당신과 아이, 혹은 누군가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아십니까???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읽어보시고 과연 무엇이 본인과 아이를 위해 이득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1. 수술실은 여러분을 위해 항상 개방된 한가한 공간이 아닙니다.

개인병원들의 사정이야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종합병원급의 병원들은 수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는 곳입니다.

그 중에는 생사가 달린 수술을 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국내의 실정상 응급환자를 위해 항상 응급수술실을 예비로 두는 곳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당장 수술하러 들어가야할 응급환자가 있는데 수술실은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수술을 뒤로 미뤄야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단지 시간을 정해왔다는 이유로 그런 응급환자를 뿌리치고 제왕절개하러 들어갈 근거는 전혀없다는 겁니다.

조금 늦게 제왕절개를 해도 되는 사람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다른 사람이 수술을 못하게 된다면 마음이 편하시겠습니까?




2. 시간에 쫓기며 수술해서 좋을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 역시 1번의 연장선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수술실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산모가 정해온 시간 내에 적절하게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에 못 들어간게 아니라 촉박하게 시간을 남기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그냥 단순하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느긋한 마음으로 일을 할 때와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일을 할 때... 언제가 실수가 더 적고 일도 잘 될까요?




3. 산모 개개인의 의학적 상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산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산전 검사에서 전혀 이상 없고 건강한 산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산모도 있습니다.

임신과 연관된 수많은 질환들이 있다는 사실은 다 잘 알고 계실겁니다.

임신성 당뇨라든지 자간전증, 그리고 심각한 출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전치태반까지 다양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다르면 마취도 달라지는게 당연합니다.

시간을 맞추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산모의 안전을 위한 조치들(그 중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행위도 있습니다.)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4. 출생시간은 과연 믿을만할까..

우리 각자 본인들이 알고 있는 출생시간을 말해봅시다. 과연 그 시간이 진짜 정확한 시간일까요?

옛날에는 휴대폰 시계도 없고 그냥 그 병원에 걸려있는 시계의 시간이 그 아이의 출생 시간이 되버렸을 겁니다.

요즘도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5분 늦은 시계도 있고 10분 빠른 시계도 있고...

예를 들어 10시까지 태어나기를 원하는 산모에게 9시 59분에 태어났다고 말해주면 그 신빙성은 얼마나 될까요?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더 열거할 이유들이 많지만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말이 안되는 이런 관행을 보면서 참고 참다가 글을 올립니다.

짧은 경험을 가진 의사의 소견으로 치부해버리지 마시고 잘 생각해보세요. 정해진 시간에 애를 낳아서 좋을게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아! 하나는 있네요... 시어머니가 좋아하겠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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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a 2012/11/09 21:43 ADDR 수정/삭제 답글

    정해진 시간에 나올수있는 것도 애기 팔자인것같어요. 저 분만장턴때 1시로 시잡아오신분이라 TF2로 잡았는데 TF1이 atony와서 피 엄청짜고 내려가서 엠보하고 다시 올라와서 hysterectomy하고나니 3시더라는...

    시잡은 인생과 아닌 인생 코흐트 한번 해보고 싶어요. 특히 새벽 3시에서 5시사이.ㅋ

    • 몽공장장 2012/11/11 19:55 수정/삭제

      그렇지요. 갑자기 그게 생각나네요.
      쿵푸팬더에서 거북이 사부님이 하신 말..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네~"ㅋㅋㅋ
      모든게 다 필연이고 그런 것들이 모이면 팔자가 되는거겠지요.
      시잡은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 코호트연구라..ㅋㅋㅋ
      재미있겠는데요. fla님이 한번 추진해보시지요.ㅋㅋㅋㅋ

  • dream 2012/11/10 13:11 ADDR 수정/삭제 답글

    마지막에서 빵 터졌습니다~ㅋ
    시어머니가 좋아하신다는ㅋㅋㅋ

    • 몽공장장 2012/11/11 20:02 수정/삭제

      ㅋㅋㅋㅋ 시어머니들의 힘에 어쩔 수없이 시잡는 분들도 많으니깐요.ㅋㅋ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수능칠때 엄마가 다니는 철학관에서 보내준 사람이랑 손잡고 고사장으로 간 사람도 있습니다.ㅋㅋ
      웃기는 세상이죠.ㅋㅋㅋ

  • OJ 2012/11/11 21:12 ADDR 수정/삭제 답글

    시어머니나 아직 윗세대에는 그런 거 따지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얼마전 아고라에서는 그로 인한 의료 사고 문제도 한동안 이슈가 되었었죠. 날짜 맞추어서 수술을 한다는...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는 사주 팔자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나 중국 역시 그런 부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데 말이죠. 정말 심한 사람은 심하더군요.

    • 몽공장장 2012/11/12 18:21 수정/삭제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가끔 진짜 이건 아니다 싶은 일이 벌어져서 탄식하다가 글 쓴거랍니다.
      어찌보면 조선시대에 제왕절개 기술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란 생각도 드네요.
      그랬다면 100% 제왕절개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를 일이네요.ㅋㅋㅋㅋ

    • OJ_FineQ 2012/11/12 20:30 수정/삭제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193395

      여기도 한 번 살펴 보세요~ ^^ 여하튼 택일 선택은 큰 위험인데 말이죠~ ^^

  • OJ_FineQ 2012/11/12 20:14 ADDR 수정/삭제 답글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205615 원글인데 사라진 것 같고 일단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 추정 글이구요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205671 이게 반박글일 겁니다. 나름 문화병원 사건이라고 떠들석했었죠.

    그 당시 기억으로는 환자가 제왕절개 날짜 잡고, 수술 못해서 (과장 휴가로)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몰아 갔었죠. 근데 결국은 의사 무과실로 판정났었죠.

    조선시대였으면 피임하는 경우가 잘 없었을 테니까 산부인과가 완전 대박이였겠죠.

    • 몽공장장 2012/11/12 23:16 수정/삭제

      의료관련 사건만큼 복잡한 문제도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제3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결론내리지 않는 이상 진실을 밝히기란 참 힘든 일이네요.
      그래서 첨부터 빡세게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해야하겠지요.ㅋ
      점점 블로그에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시니 신기하네요.ㅋ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구요.ㅋㅋㅋ 잘지내보아요~

    • OJ_FineQ 2012/11/13 09:36 수정/삭제

      ^^ 네 의료 관련 사건은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에게도 아주 큰 일인 것 만큼은 사실이더군요. 그래도 요새는 환자도, 의사도 관련 경험들이 쌓여서 그런지 깔끔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모든 설명을 한다고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모든 설명을 들었다고 생각 안하는 경우도 간혹 있더군요. 그런 경우에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로그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저 역시 잘 지내 보아요~^^

  • 김성아 2013/02/15 13:20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요 그바로시댁
    시어머니란사람때문에
    이러는것입니다
    정답입니다.

    • 몽공장장 2013/02/15 17:32 수정/삭제

      역시 예상대로 시어머니가 가장 큰 원인이군요.ㅋㅋ
      요즘 젊은 세대가 시어머니가 되는 시절이 오면 이런 일들이 사라질까요?ㅋ

  • 피치 2013/02/17 21:18 ADDR 수정/삭제 답글

    진심으로 공감하는 부분이예요~
    다만ㅡ 산부인과스탭샘이 컨펌을 하시는 관계로 마취과는 간혹 첫 케이스보다 이른 시간이나 응급으로 c-sec을 진행하더군요 ㅠ 이래나 저래나 마취과가 왕인 시절은 없어진 걸로ㅡ ㅎㅎ

    • 몽공장장 2013/02/18 19:09 수정/삭제

      그렇죠~ 왕은 커녕.. 권위가 바닥입니다.ㅋㅋㅋㅋ
      하지만 아직 지방쪽엔 마취과에서 수술 순서를 지정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서로간에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서로 다른 과끼리 잘 풀어나가기란 참 어렵더군요.
      요즘은 매일같이 타과랑 싸우는게 제 일입니다.ㅋㅋㅋㅋ

  • 행인 2013/03/27 22:31 ADDR 수정/삭제 답글

    네 .시간잡아오는 산모들 한마디로 정말 "꼴"보기 싫습니다.막말로 인O으로도 안보입니다.

  • 2013/06/17 23:12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몽공장장 2013/07/06 17:51 수정/삭제

      네.. 맞습니다.
      그렇게 서두르다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도 더 많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모로 말이 안되는 일이라 봅니다.

  • 수끼 2013/08/27 19:36 ADDR 수정/삭제 답글

    후.. 정말 시간잡아오는 산모들만 탓하지 말아주세요...ㅜㅜ 시어머니 등살에 어쩔 수가 없었다구요...ㅜㅜㅜㅜ 시월드의 전횡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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